[연예]2012년 부산 중앙고 이야기
라토스 작성일 03-26 조회 596
0.응원팀은 살짝 반등하나 싶더니 처절하게 박고 오랜만에 6강도 못 가게 생겼고, <슬램덩크>가 여전히 흥행 몰이를 하고 있는 와중에 KBL에는 흉흉한 소식만 들리고 있지만, 어쨌든 영화 개봉할 때 즈음 되면 한번 써보고 싶었던 글이라 써봅니다.
음주운전으로 중징계 받고 일본으로 강제 해외 진출한 선수가 당시 에이스였던 것도 걸리지만 어쨌든 대회 전후로 당시 부산 중앙고의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1. 부산 중앙고
부산 중앙고 출신 선수들을 살펴보면 은퇴 선수로 위성우, 추승균, 강병현 등이 있고, 지금 리그에서 뛰는 선수로는 양홍석, 서명진, 조석호가 있습니다.
나름대로의 전통이 있는 학교라고 볼 수 있죠. 다만 부산 지역에서도 동아고(김주성, 김태술의 출신 학교)에 밀리는 감이 있었고, 농구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문제들 덕분에 선수 수급에 문제를 꾸준히 겪었고, 2000년대 들어서 그 문제는 더 심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배들의 지원을 받아 명맥을 이어갔고 이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실제로 37회 협회장기가 개최된 2012년에도 실제 전력은 다크호스 정도로 평가 받았습니다.
영화와 웹툰에서의 묘사-본선 진출이 지상 목표-와는 다르게 말이죠.
실제로 2012년 당시 부산 중앙고가 딱 6명짜리 미니 농구부는 아니였습니다.
직접 돌아다니며 길거리 농구에서 스카웃도 해오고 인터넷 글을 보고 스카웃도 해야했기에, 서울이고 지방이고 유망한 중학 선수들을 저인망식으로 다 쓸어가던 서울 명문고들이랑 비교하면 습자지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로스터였던건 분명하지만요.
그마저도 37회 협회장기 당시에는 부상과 전학생 규정 덕분에 출전이 불가능한 선수들이 꽤 있었고, 그래서 사실상 6인 로스터로 대회를 참가할 수 밖에 없었죠.
참고로 농구는 벤치에 교체 선수 없으면 부상을 당하거나 5반칙 퇴장을 당하게 되면 그냥 그 자리 비워놓고 뛰어야합니다.
마치 교체 카드 다 쓴 이후의 축구처럼 말이죠.
전력 자체가 다크호스로 평가 받았다지만 이런 이유들 덕분에 당시의 협회장기가 농구팬들 뇌리에 깊게 남아져있고, 이렇게 웹툰도 나오고 영화도 나오는 거죠.
당시 중앙고는 찡했습니다. 에이스였던 놈이 프로 와서 사고 치기 전까지는 그저 감동 실화 그 자체였었죠.
이제 비루한 지식으로 영화 속 등장인물들에 대해 적어보려합니다.
2. 강양현 코치
영화나 웹툰에서의 묘사와는 달리 강양현 코치는 변변한 감독이나 코치도 없던 팀에 혈혈단신 부임한 초보 코치는 아니였습니다.
모교인 중앙고에서 공익 근무를 하며 사실상 중앙고 코치 생활을 시작했죠.
극적인 변화를 위해 각색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였던 것 같긴 한데 웹툰 <가비지 타임>에서 묘사된 이현성의 프로생활은 실제 선수 강양현의 프로생활과 비슷했습니다. 1년만에 은퇴 결심한 것도 같고요.
이후 착실하게 지도자 생활을 하며 현재는 조선대 농구부 감독이자 3x3 국가대표 코치를 겸임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안재홍을 캐스팅한 걸 보니 주요 개그캐가 되지 싶습니다.
3. 당시 선수들
천기범
우수상, 득점상, 어시스트상, 수비상
37회 협회장기 천기범의 수상실적입니다.
당연히 당시 중앙고의 절대적 에이스였고, 귀하디 귀한 구력 긴 선수였죠.
당시 농구팬들에게 지금 고등학교서 눈에 띄는 가드 누구냐?라고 묻는다면 협회장기 MVP이자 용산고 에이스 허훈과 함께 가장 먼저 나오는 이름이였죠.
<가비지 타임>의 진재유의 모티브기도 한데, 진재유와 달리 187cm의 장신가드였죠.
당시 고교무대 기준으로는 토탈패키지 스타일의 선수였고, 그래서 중앙고 천재 가드 소리도 들었지만 연세대와 삼성 시절 아쉬운 성장세로 고등학교 재학 시절 기대치를 못 채우다 여러번 언급된 음주 운전 사고를 치고 강제로 해외 진출해 있습니다.
쩌리 선수도 아니고 에이스였던 선수라 모티브만 따온 웹툰과 달리 실명 그대로 쓰는 영화에서는 이 지점을 어떻게 극복하려고 하나 싶긴 합니다.
배규혁
캐치앤슛이 장기였던지라 천기범이 내는 균열을 잘 받아먹었죠.
감 좋은 날은 수비수 달고도 3점을 자신있게 던지며 천기범의 부담을 줄여줬습니다.
웹툰 보시는 분들은 스쳐가는 이름 있으시죠? 예 성준수의 모티브가 된 선수입니다.
중앙고 졸업 이후 대학 2부 리그 소속 부산대에 진학한 이후 소식은 알려져있지 않습니다.
영화에서는 정진운이 연기합니다.
정강호
길거리 농구서 스카웃한 장신 선수, 괜찮은 운동 능력으로 리바운드와 세로 수비가 강점, 1년 유급 예 공태성의 모티브가 된 선수입니다.
이후 상명대에 진학해 2017년 KGC 인삼공사에 2라운드 1순위로 뽑혔고 2022년에 은퇴했습니다.
홍순규
키 크고 농구 잘 한다라는 인터넷 글 보고 찾아가서 스카웃해온 선수로, 이 선수를 모티브로 한 김다은처럼 기존에는 축구를 했었던 선수라, 정강호와 장단점이 비슷한 선수였습니다.
다만 197cm라는 사이즈는 그 자체만으로도 당시 중앙고에 큰 힘이 되었고, 천기범을 제외하면 진학도 제일 잘 한 선수입니다.
단국대로 진학해 2017년 2라운드 6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이후 모비스를 거쳐 2022년에 은퇴했습니다.
허재윤, 정진욱
당시 1학년이였던 선수들이고 이 두선수들을 섞어서 기상호와 정희찬을 만들었지 싶습니다.
허재윤 선수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근황을 알 수 없고, 정진욱 선수는 상명대로 진학해 프로 진출까지는 해냈습니다.
정진욱 선수는 협회장기 당시 예선 2차전서 부상을 당해 이후 경기에서 뛰지 못했습니다.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강양현 코치와 에이스 천기범을 축으로 똘똘 뭉쳐서 협회장기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4. 그렇다면 이건 감동 실화 아니냐?
당시 중앙고가 협회장기에서 거둔 쾌거는 분명 스포츠만이 줄 수 있는 감동임은 분명합니다.
다만 중앙고가 저런 상황에 처하게 만든 사정은 감동적인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농구계의 전통적인 문제들 덕분인데요.
수도권 특히 서울의 명문고들이 저인망식으로 지방의 유망주들을 다 쓸어간다는 점이죠.
명문고들이 부산과 광주, 대구 등 지방에도 꽤 있고, 아니 오히려 더 많은 야구와는 달리 농구계에서는 이런 문제가 1970년대부터 존재했었고, 중앙고의 감동적인 준우승에는 이런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농구 명문고들은 인근의 중학교, 초등학교와도 연계 됩니다.
대표적인게 허웅, 허훈 형제가 탄 삼광초등학교->용산중학교->용산고등학교 테크트리죠.
이 점을 활용하여 아예 중학교 진학할 때 지방 유망주들 당겨와서 고등학교때는 전학에 의한 출전 불가 규정을 피해가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대구 출신의 이승현입니다. 칠곡초등학교 졸업 이후 용산중으로 진학해 용산고로 진학했죠.
5.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그래도 연예탭 달았으니 영화 이야기도 조금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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