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선을 보인 외인타자는 아롬 발디리스(삼성)와 닉 에반스(두산), 대니 돈(넥센), 헥터 고메즈(SK), 윌린 로사리오(한화) 등이다. 이들 가운데 누구도 공격력 포괄하는 OPS(장타율+출루율)에서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대니 돈이 20일 현재 OPS 0.799로 전체 30위, 로사리오가 0.780으로 전체 34위에 올라 그나마 나은 수준이다.
왼쪽부터 에반스(두산), 발디리스(삼성), 고메즈(SK).
고메즈는 OPS 0.646으로 59위, 에반스는 0.582로 전체 62위, 발디리스는 0.561로 전체 65위까지 처져있는 참담한 성적표를 안고 있다.
이쯤 되면 각 구단은 새 외인타자에 대한 기대값을 자연스럽게 낮추게 된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교체를 검토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즌 초반, 외인타자 평가를 정확히 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투수보다는 타자들이 ‘적응 문제’를 놓고 조금 더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자칫 서둘러 결정을 했다가는, 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새 외인타자도 똑같은 ‘적응 기간’을 거쳐야한다.
이제 개막 이후 팀당 15경기 전후를 소화하고 있다. 이에 대부분은 지금을 ‘인내의 시간’으로 보고 있다.
최원호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외국인타자를 놓고 너무 평가가 빨리 하고 있다. 사실,야구적으로뿐 아니라 문화적으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 뒤에 실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홈런 28개까지 때린 적이 있는 로사리오 역시 그다지 파괴력 있는 모습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바깥쪽 흘러가는 볼에 약점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는 “메이저리그에서 그 정도 성적을 냈다는 것은, 그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으로 보면 된다. 기복을 보이는 것은 흔히 말하는 ‘컨디션 문제’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양상문 LG 감독은 기다림 끝에 빛을 보고 있다. 히메네스와 재계약한 뒤 나타나는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 히메네스는 지난해 대체 외인타자로 LG 유니폼을 입은 뒤 첫 30경기에서 타율 2할3푼1리에 4홈런 16타점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서서히 페이스를 회복하더니 70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2리 11홈런 46타점의 무난한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올시즌에는 타율 3할7푼3리에 6홈런 12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OPS는 초특급 타자 수준인 1.234로 전체 3위에 올라있다.
히메네스 역시 처음 합류할 때는 약점 투성이었다. 바깥쪽으로 흘러가거나 종으로 떨어지는 볼에 좀체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수가 늘어나며 조금씩 본색이 드러났다.
양 감독은 “처음에 왔을 때 실전 감각이 떨어져있기도 했지만, 볼배합 같은 것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이 없지 않았다”며 “그런 부분에 점차 적응해간 데다 겨우내 알찬 훈련으로 스윙 스피드도 좋아진 게 올해 잘 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새 외인타자들은 각각의 약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어느새 또 약점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일어날지 모른다. 외인선수가 대반전을 이룬다면 해당팀은 그만큼 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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