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엠넷 스튜디오 춤 채널 유감

대세        작성일 05-04        조회 570     

* 본 글은 스튜디오 춤 채널을 오랫동안 봐오고, 어설프나마 영상을 찍고 있는 입장에서 채널에 대해 쭉 느껴왔던 아쉬움을 풀어본 것입니다. 주관적인 생각이고 정답이 있는 영역은 아니기 때문에 제 생각은 얼마든지 틀릴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 춤이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습니다. 엠넷 소속이고, K-POP 아이돌이 자신들의 곡을 보여주거나 외국의 유명곡을 창작안무로 만들어 퍼포먼스 댄스 영상으로 올리는 채널입니다. 구독자는 450만 가까이 됩니다.

이곳의 장점은 엠넷의 전문성을 살려 무엇보다 유명 아이돌의 퍼포먼스 영상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이고요. 엠넷에서 운영하다 보니 스튜디오의 환경이 매우 좋다는 것도 꼽을 만합니다. 우선 호리존으로 된 스튜디오 규모가 상당히 큽니다. 가로x세로 스테이지 면적은 물론이고, 얼핏 보기에 층고도 최소 5미터는 돼 보입니다. 그리고 천장 쪽에 조명이 엄청 매달려 있고 이동까지 할 수 있어서 시각적 변화를 많이 꾀할 수 있고, (정확한 스펙은 잘 모르겠지만 메이킹 영상에서 본 바로는) 테스트 때 벽면에 오브젝트를 띄우는 걸 보니 단초점 렌즈를 활용한 프로젝터도 쓰는 것 같고요.

높은 층고에서 오는 지미집의 버드아이뷰 느낌이 좋고 조명 콘솔 컨트롤도 훌륭합니다. (유튜브 화질 정도에서도 확연히 느껴지는) 촬영 카메라 퀄리티가 어마무시하고, 퍼포먼스를 내는 측면에선 이보다 좋은 환경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제부터는 제 푸념이 섞인 것이긴 합니다만, 그런 좋은 환경에서 촬영했음에도 결과물의 품질이 너무 들쑥날쑥하다는 게 참 아쉽습니다. 어떤 곡은 참 잘 됐는데 어떤 곡은 오히려 원곡의 안무 구성을 도리어 해칠 정도로 보입니다. 단적으로 얼마 전에 공개된 IVE I AM에서 그런 감정을 또 느꼈고, 가장 최근에 공개된 르세라핌의 UNFORGIVEN은 딱 평타 혹은 살짝 미달로 느꼈습니다. 별 감흥이 없더라고요.


IVE I AM 스튜디오 춤 영상. 이런 의미 없는(...) 글을 기어이 쓰게 한 장본.

소속사에서 내놓는 퍼포먼스 댄스 영상은 카메라 무빙을 어느 정도 계획하고 찍습니다. 킬링파트를 돋보이게 하는 건 물론이고, 어떤 동작, 어떤 몸짓, 어떤 표정 등을 확 잡아채듯이 보여주면서 찍습니다. 당연하겠죠.


소속사에서 제작한 aespa SAVEGE 퍼포먼스 영상. 좀 극단적인 케이스를 가져왔습니다. 방송사 카감들한테 요거 보면서 카메라 동선 좀 연습하라며(...) 뮤직 방송 활동을 일부러 늦췄다는 얘기까지 도는 바로 그 곡입니다. 영상의 제작 의도가 매우 건방지다고 보이지만 어쨌거나 소속사의 퍼포먼스 영상 연출 의도를 확실하게 알 수 있죠.

그런데 스튜디오 춤의 영상은 그렇지 않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더 역동적으로 멋지게 보여줄 수 있는 게 밋밋하게 보인다는 거죠. [두서없이 카메라 이리저리 움직이며] 막 찍고 적당히 비트감에 맞춰 컷을 때려맞추네? 이상의 느낌을 받지 못해요. (사실 컷 사이로 보이는 카메라웍도 전반적으로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요건 일단 패스하겠습니다)

퍼포먼스 영상의 촬영이라는 건 여러 촬영 기법의 응용이거든요. 세부 촬영 기법을 하나하나 얘기하기는 그렇고 새롭지는 않지만 이전부터 통용되어 온 여러 촬영 기법을 적절히 섞어가면서 촬영합니다. 그러니까 포커스를 더 잘 잡아주고, 더 높게, 더 넓게, 더 스무스하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촬영에 유리한데요. 촬영도 무작정 하는 게 아니고 어느 정도는 편집을 염두에 두면서 촬영하게 됩니다.

영상 편집 중 컷 편집이 기본 of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나름의 편집 노하우이기도 하고, 영상을 보며 설명하기는 쉬워도 글로 상세히 꼬집어 풀기가 좀 힘든 부분도 있어서 하나하나 얘기하기는 힘듭니다만, 컷 편집을 잘하는 요령도 당연히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건 아니지만) 1) 비트감에 맞춘 컷 전환, 2) 컷과 컷 사이의 방향성 유지, 3) 운동성 유지, 4) 톤 유지, 그러면서도 5) 스케일이나 앵글의 일정 비율 이상 변경 등등. 요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법칙도 아니지만, 비트에 맞춰, 안무 구성에 맞춰, 연출 의도에 따라 이전과 이후 컷에 맞춰 적절히 바꿀 수는 있어도, 대체적으로 경향성을 유지해주면 보기에 어색하지 않고 더 자연스럽게 느껴져서 시청이 편해진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스튜디오춤을 보면서는 최고급 신선한 재료를 다 갖춰두고(=퍼포머 퀄리티) 조리 도구나 환경도 완벽하며(=촬영 환경) 조리 행위까지도 대체로 잘 했는데(=촬영), 플레이팅(=편집)이 이상해서 충분한 맛과 멋을 내지 못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컷이 바뀔 때 파트만 해당 멤버를 [짚어준다]고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컷이 바뀌는 타이밍이 뜬금없을 때가 많습니다. 비트감이나 안무에 맞춰 임팩트 있게 전환시켜야 할 컷이 그냥 넘어갑니다. 어? 이게 맞아? 하는 순간에 컷이 바뀌는 거죠. 앵글이나 프레이밍도 두서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자세한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편집팀의 역량이 부족한 이유는 결코 아닌 것 같아요. 일례로 오리지널 코레오그래피 영상을 선보일 때는 영상 퀄리티가 매우 뛰어난데요. 기획 단계부터 촬영, 편집까지 차근차근 밟아가서 그런지 스튜디오 춤은 이런 영상에서 매우 강점을 보입니다.


ITZY의 예지와 류진이 쌍둥이 컨셉으로 소화한 오리지널 안무입니다. 컨셉부터 연출까지 부족한 게 없습니다.


(지금은 퇴출된) 아이들의 수진이 굉장한 의욕을 갖고 촬영한 영상입니다. 퍼포머로서의 수진의 역량을 다시금 느낄 수 있지요.

도출되는 결론은 이겁니다. 기획 부족. 시간에 쫓겼든 품을 덜 들였든 곡을 덜 분석하고 찍은 다음에 편집을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설프다고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소속사든 방송사든 촬영 스케줄 잡기가 다들 빡빡할 테니까요.


그래도 NewJeans Attention 정도는 결과물이 상당히 좋다고 보이는데...

한편으로는 시각적 미흡함도 부족함을 도드라지게 하는 요인일 수 있겠습니다. 촬영 공간은 호리존으로 되어 있고요. 호리존에서 촬영하면 춤이 잘 보인다는 장점은 분명히 있지만, 결국 안무 영상이라는 건 시각적인 부분이 크기 때문에 배경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는데요. 호리존의 가장 큰 단점은 카메라를 크게 패닝하거나 올빗을 그릴 때(=배경이 따라 휙휙 바뀔 때) 속도감이나 공간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스튜디오춤 역시 근본적으로 이런 한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또, 조명으로 촬영 장소를 다른 분위기로 연출하려 해도 장소가 계속 같아서야 곧 식상함을 느낍니다. 괜히 촬영자들이 다른 배경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고, 방송사에서 소속사에서 힘들여 세트장 제작한 뒤 바로 부수는 게 아니거든요. 그 때문인지 올라오는 빈도는 훨씬 적지만 때문에 비슷한 성격의 채널인 카카오 소속의 원더케이 퍼포먼스 영상 퀄리티가 훨씬 좋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매번 다른 장소에서 촬영을 하니까요.


IVE After LIKE


첫사랑 빛을 따라서 ...배경빨 무시 못합니다.

제 생각은 이상과 같습니다만, 어쨌거나 결과물이 잘 뽑아질 여지가 보이는데도 영상 편집이 조금 더 좋아진다고 조회수가 확 높아질 일도 없고, 지금 방식으로도 늘 조회수가 높고 인기가 많잖아요. 현재의 방식이 극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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