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KB손보 “6000만원 앗아간 그로저 미워”

똘이장군        작성일 01-20        조회 5,218     


■ V리그 보너스 이야기

4라운드 삼성화재전 패배로 보너스 물거품
현대캐피탈은 감독에게 포상 권한 백지위임

최근 3연패에 빠져 V리그 판도를 오리무중으로 몰고 간 OK저축은행이 고강도 충격요법을 받는다. 1억원을 격려금으로 받는다. 모기업 아프로서비스그룹 임직원 3000명의 성원을 모은 것이다. 연패한 팀의 선수단에게 질책은커녕 힘을 내라고 돈을 모아서 주는 회사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구단 관계자는 “시즌을 하다보면 팀이 어려울 때가 있다. 지금이 그 때다. 선수들의 사기를 올려줄 방법을 찾다가 가장 힘들 때 전 직원의 우승열망과 격려의 뜻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 이렇게 보너스를 모았다”고 했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은 지난 시즌에도 이맘때 보너스를 받았다.

당시에는 최윤 구단주가 선수들을 위해 무려 2억원짜리 최신형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를 선물했다. 시즌 2번째로 연패의 수렁에 빠져 고민이 많던 김세진 감독에게 전달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격려금이 선수단의 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 6000만원짜리 경기에서 진 KB손해보험

17일 삼성화재 그로저에게 무려 15개의 서브를 허용하며 1-3으로 패한 KB손해보험 선수단에게는 패배보다 더 큰 충격이 있었다. 그날 패배로 6000만원이 허공으로 날라 가버렸기 때문이다. KB손해보험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승리수당 규정을 만들었다. 라운드별로 3승을 기준으로 1승당 2000만원을 주기로 했다. 3라운드 초반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을 이기면서 바람을 탄 덕분에 3승을 하고 처음으로 3000만원을 챙겼다. 4라운드도 한국전력, 우리카드를 이겨서 2승을 챙긴 가운데 라운드 마지막 경기가 삼성화재전이었다. 이 경기만 이기면 3승을 채워 6000만원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었지만 그로저의 서브가 모든 것을 날려버렸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삼성화재 관계자는 “보너스 얘기를 들으니까 KB손해보험 선수들에게 더 미안하다”고 했다.

OK저축은행은 특별격려금 외에도 승리수당을 주고 있다. 수당을 현찰로 주는 것은 팀의 전통이다. 경기 끝나자마자 선수단 라커에 현찰봉투가 놓여 있다. 통장에 입금되는 것과 빳빳한 현찰로 받는 느낌은 천양지차다. 같은 액수라도 더 큰 기쁨을 주는 것이 현찰이다.

액수는 다른 구단과 비슷하다. 라운드별 기준 승수는 없다. 대신 팀별로 액수는 다르다. 성적 상위권 구단에게는 승리 때 2000만원을 준다. 하위권 구단인 우리카드와 KB손해보험은 1000만원이다. 두 팀의 전력이 눈에 띄게 떨어져 승리수당을 없애버리려고 했더니 요즘 KB손해보험과 우리카드의 전력이 급상승해 고민하고 있다.

● 현대캐피탈의 백지위임 소문?

4라운드 6연승을 거둔 현대캐피탈은 요즘 타 구단 선수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최근 현대캐피탈이 4라운드 전승을 하면 최태웅 감독이 원하는 대로 보너스를 준다는 소문이 나돌아서다. 현대캐피탈은 18일 한국전력을 꺾고 라운드 전승을 했다.

사실 확인결과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우선 백지위임은 맞았다. 최태웅 감독은 시즌 전 구단주와의 면담에서 “포상에 관한 모든 권한을 달라”고 했다. 구단주는 선뜻 줬다. “개인감정에 치우치지 말라”는 말 외에는 아무런 조건이 없었다. 액수도 원하는 만큼이었고 시즌 도중 이와 관련해 보고도 필요 없다고 했다.

지난 시즌까지 현역으로 뛰었던 최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조건에 따라 돈을 주는 승리수당에는 부정적이었다. “보너스는 동기부여가 목적”이라면서 누구보다 선수의 심리상태를 잘 아는 감독이 상황에 따라 원하는 대로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믿었다. 최 감독은 경기에 질 때도 돈을 줬다. 박수를 받을만한 플레이를 했다면 승패에 관계 없이 줬다. 대신 이겼다고 꼭 주지는 않았다. 경기 전에 줄 때도 있었고 액수도 감독이 원하는 대로 정했다. 예측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더 효과가 컸다. 경기에 한 번도 나가지 않은 선수에게 줄 때도 있었다. 대신 왜 그 돈을 줬는지 명확한 이유를 모두에게 설명했다. 선수가 대기록을 세우거나 플레이를 잘 했을 때도 줬다.

보너스 분배에 관한 모든 권한을 감독이 가지자 선수들은 오직 감독을 바라봤다. 구단 관계자는 “최 감독의 생각이 옳았다. 구단이 보너스를 주면 선수들이 구단을 쳐다본다. 감독이 그 사실을 잘 알았다”고 했다. 최 감독은 선수의 연봉협상 권한에 이어 보너스 권한까지 모두 가졌다. 이런 파워는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 유일했다.

● 삼성화재의 보너스 시스템은?

V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8번의 우승을 차지했던 삼성화재는 신치용 감독시절 완성한 포상시스템을 사용한다. 선수들은 1년에 2차례 성과급을 받는다. 선수단 전체연봉의 10% 범위 내에서다. 첫 번째는 시즌 도중에 선수의 활약에 따라 주고 두 번째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준다. 플레이오프에 들어갈 즈음이 설 명절과 겹쳐 명절보너스 기분을 내게 했다. 이밖에 라운드별로 1위를 했을 때 등 상황에 따라 단장의 재량에 따라 상품권을 조금 줬다. 액수는 다른 팀들이 상상하는 것만큼 많지는 않았다.

대신 삼성화재는 우승을 했을 경우 시원하게 쐈다. 삼성화재 출신은 “여러 번 우승해서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1억원을 받아본 것이 가장 큰 우승보너스였다”고 했다. 2시즌 전 대한항공에서 삼성화재로 이적하자마자 우승했던 황동일은 자신의 통장에 입금된 우승보너스 를 보자마자 놀라서 구단에 전화를 했다. “혹시 내게 준 것 맞냐”고 확인했다. 자신이 상상했던 이상의 돈이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것이 진정한 보너스다.

김종건 전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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