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진짜 강팀' 토론토vs클리블랜드
레이비 작성일 10-14 조회 4,274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만 아니었다면 월드시리즈 우승 팀이 되고도 남았을, 2014년 캔자스시티를 생각나게 하는 두 팀의 대결. 토론토는 와일드카드 경기를 끝내기로 승리한 후 리그 1위 팀을 3연승으로 잠재웠다는 점에서, 클리블랜드는 저돌적인 베이스런닝과 뛰어난 수비가 2014년 캔자스시티를 닮았다.
토론토는 지난 네 경기를 통해 어쩌면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기세'를 제대로 탔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와일드카드 경기를 승리한 8팀 중 디비전시리즈를 통과한 팀은 넷. 그 중 2014년 캔자스시티와 2014년 샌프란시스코는 월드시리즈에 올라 자웅을 겨뤘고, 2012년 세인트루이스와 지난해 컵스는 탈락했다.
토론토는 뜨거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텍사스를 상대한 세 경기에서 무려 8개의 홈런을 때려내고 20점을 올렸다(클리블랜드 5홈런 15득점). 하지만 토론토가 텍사스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비결은 바로 선발진의 호투였다. 이에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완봉승에 가까운 피칭(8.1이닝 6K 1실점)을 하고 일찌감치 이번 시리즈의 1차전 선발로 낙점된 마르코 에스트라다가 포스트시즌 강세(통산 선발 4경기 3승1패 1.95)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느냐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1차전 클루버와 대결에서 에스트라다만 밀리지 않는다면 <햅-스트로먼-산체스>로 이어지는 후속 선발진은 클리블랜드보다 훨씬 탄탄하다.
2,3선발이 사라진 클리블랜드의 강점은 코리 클루버(18승9패 3.14)라는 확실한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클리블랜드는 일단 클레빈저(3승3패 5.26)를 4차전 선발로 발표하긴 했지만, 여차하면 클루버를 4차전과 7차전 선발로 쓸 수도 있다. 그렇다면 클루버는 각각 하루를 덜 쉬고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9월27일)에서 가벼운 다리 부상을 입었던 클루버는 디비전시리즈 2차전(7이닝 7K 무실점)에 나설 때까지 무려 열흘을 쉬었고,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 전까지 다시 6일을 쉬는 등 강행군을 앞두고 체력을 비축했다.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3인 로테이션의 에이스' 자리를 완벽하게 소화했던 선수는 2009년의 CC 사바시아(뉴욕 양키스)다. LA 에인절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서 8이닝 7K 1실점 승리를 따낸 사바시아는 사흘을 쉬고 나선 4차전에서 다시 8이닝 5K 1실점 승리를 챙김으로써 팀의 4승2패 승리를 이끌고 본인은 시리즈 MVP가 됐다.
클리블랜드 불펜은 디비전시리즈에서 10.1이닝 14K 2실점(ERA 1.74)으로 대단히 좋았다. 그런데 그 중 7이닝 12K 무실점을 앤드류 밀러와 코디 알렌 둘이 담당했다(나머지 3.1이닝 2K 2실점). 이는 테리 프랑코나 감독의 1,3차전 몰아쓰기와 비의 도움을 얻은 이틀의 휴식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덕분으로, 그러나 두 명의 불펜으로 7전4선승제 시리즈를 치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디비전시리즈에서 꽤나 불안한 피칭을 했던 알렌의 안정화와 함께 댄 오테로(1.53) 브라이언 쇼(3.24) 잭 매칼리스터(3.44)의 활약이 더해져야만 한다.
당초 토론토 불펜은 상당히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린 마무리 로베르토 오수나(21)의 앞을 지키는 세 명의 우완 셋업맨 중 호아킨 베노아(39)는 부상으로 이탈했고, 조 비아지니와 제이슨 그릴리(39)마저 9월이 대단히 좋지 않았다(비아지니 6.94, 그릴리 9.64). 그러나 비아지니와 그릴리는 포스트시즌 시작 후 5.2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와일드카드 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것처럼 보였던 오수나도 문제없이 돌아와 흔들림없는 활약을 하고 있다. 그리고 리리아노가 뇌진탕 부상에서 돌아옴으로 인해 좌완 라인이 더 두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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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슨의 포효 ⓒ gettyimages/이매진스
토론토(홈런 3위, 볼넷 1위, 도루 13위)와 클리블랜드(타율 3위, 도루 1위, 홈런 10위)는 서로 상반되는 공격 성향을 가지고 있다. 토론토의 핵심 득점 루트가 '볼넷 출루 후 큰 것 한 방'이라면, 클리블랜드는 연타와 주루, 팀 배팅이 돋보인다. 주목할 점은 클리블랜드가 역시 장타력의 팀인 보스턴과의 홈런 대결에서 5대3의 우위를 보였다는 것. 바로 2014년 캔자스시티에게서 나타났던 특징이다.
특히 클리블랜드는 대단히 공격적인 베이스런닝을 하는 팀이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도루(134개)와 함께 플라이볼/폭투/포수 패스트볼/보크/수비방해 등으로 인한 추가 베이스 진루(Bases Taken)에서도 메이저리그 1위를 차지했다(186회). 토론토 입장에서 한 가지 우려할 만한 것은 안방 마님 러셀 마틴의 어깨 상태다. 지난해 44%로 리그 1위에 올랐던 마틴의 도루 저지율은 올해 15%로 크게 떨어졌다. 이에 토론토로서는 클리블랜드의 '가랑비'(추가 베이스)에 옷이 젖지 말아야 한다.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오랫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는 팀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1948년 마지막 우승)는 NBA 정상에 오른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기세를 이어가고 싶은 상황. 클리블랜드 연고지 팀(캐벌리어스, 인디언스, NFL 브라운스)이 우승에 성공한 것은 52년 만이었다. 그런데 1970년 창단 이후 첫 우승을 차지한 캐벌리어스가 파이널에 올라가기 전 동부 컨퍼런스 결승에서 꺾은 팀은 공교롭게도 토론토 랩터스였다(4승2패). 클리블랜드와 토론토로서는 불과 5개월 만에 다시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셈이 됐다.
디비전시리즈에서 클리블랜드 마운드는 올 시즌 누구도 필적할 수 없었던 보스턴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그러나 클루버-밀러-알렌 세 명이 14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나머지 투수들이 13이닝 7실점을 기록한 승리였다. 5전3선승제가 아닌 7전4선승제 시리즈에서 이러한 쏠림 현상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력으로 보면 토론토의 근소 우세. 그러나 클루버가 범가너급 강심장이었음이 확인된다거나 프랑코나 매직이 맹위를 떨치는 시리즈가 또 한 번 된다면 모든 비교와 분석은 무의미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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